불과 몇달 전, 이스탄불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의 조재호 선수와 최성원 선수가 격돌한 적이 있다. 두 한국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는 모습을 몇년 후에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쩌면 이번 후루가다 월드컵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강동궁 선수와 황형범 선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선수는 오늘 벌어진 16강전, 8강전 경기에서 강호들을 차례로 누르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두명 이상 준결승전에 동시에 오른 것은 지난 터키 이스탄불 월드컵 (당시 조재호, 김경률, 최성원 선수가 준결승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이 유일하다. 

 강동궁 선수는 거침없는 샷으로 두명의 터키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어제 조재호 선수와의 혈전 끝에 생애 첫 16강에 오른 엠룰라 바세그메즈 선수는 강동궁 선수의 기의 눌려 제대로 플레이도 해보지 못하고 40:19 (17이닝, 강동궁 선수 에버리지 2.352)로 완패를 당했고, 몇년 전 후루가다 월드컵 깜짝 우승의 주인공인 아드난 윅셀 선수도 강동궁 선수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40:25 (19이닝, 에버리지 2.105)로 강동궁 선수의 승리. 

 같은 한국의 김경률 선수와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16강전 경기를 한 황형범 선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승리를 거두며 김경률 선수에 대한 징크스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황형범 선수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빈틈없는 플레이로 또 한번 15이닝만에 경기를 끝냈다. (40:19, 에버리지 2.666) 8강전 에디 멕스 선수와의 경기는 조금 더 힘이 들었다. 토브욘 블롬달 선수와 프레드릭 코드롱 선수의 조기 탈락으로 이미 세계 랭킹 1위가 확정이 된 에디 멕스 선수는 황형범 선수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해법을 결국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찾지 못하고 패하였다. 멕스 선수의 장기인 완벽한 디펜스는 번번히 실패하였고, 강력한 공격력 또한 잦은 실수로 높은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23이닝 째 황형범 선수가 40점 고지에 먼저 올랐고, 멕스 선수는 후구에 2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한편, 옆 테이블에서는 스페인의 하비에르 팔라존 선수가 또 한번의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는데, 바로 이번 대회 최상의 컨디션으로 승승장구 하던 에디 레펜스가 그 제물이었다. 에디 레펜스 선수는 16강전에서 세계 챔피언 최성원 선수를 꽁꽁 묶으로 40:24 (22이닝, 에버리지 1.818)로 승리하였으나, 프레드릭 코드롱 선수를 16강전에서 단 12이닝 만에 집으로 돌려보내며 8강전에 오른 팔라존 선수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8이닝만에 40:22로 팔라존 선수의 승리. 

 터키의 마지막 남은 선수인 타이푼 타스데미르 선수도 이탈리아의 마르코 자네티 선수에게 힘없이 무너지며 많은 터키 응원단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자네티 선수는 백전노장 답게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21이닝째 40:29 (에버리지 1.904)로 경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