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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1경기 - 승부의 묘미

등록자 on 2014년 11월 15일

8강 1경기 - 승부의 묘미

© 허정한

 

 

경기는 끈적였다.

 

두 선수는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승리로 향했다. 관중들은 숨죽이며 경기에 녹아들었다.

 

허정한이 27:24로 근소한 우세를 잡고 있던 25이닝, 숨소리조차 나지 않던 그 순간 11점 하이런이 터져나왔다. 승부처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 서현민의 한방이었다. 경기는 단 숨에 기울었고 허정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서현민의 승리가 목전에 있었다.

27:35

 

 

하지만 당구는 뻔한 결말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3점을 보탠 서현민이 승리를 거의 굳혔다고 생각할 즈음 공수를 겸한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허정한은 4점, 1점을 보태며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29이닝, 긴장한 서현민에게서 어이없는 실수가 터져나왔다. 1적구를 맞추지 못했다. 허정한은 2점을 추격했다. 점수는 38:36. 노란 공은 허정한이 잡고 있었다.

 

이제 아무도 결과는 모르게 되었다.

 

 

다시 끈적이는 공기가 대회장 분위기를 무겁게 내려앉혔다.

3이닝동안 두 선수는 승부의 압박에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공타를 거듭했고,  결국 두 선수는 39:38, 39:39, 40:40으로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쫓는 자는 쫓기는 자보다 마음이 편한 법,  한 순간 잡았던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서현민은 끝내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했다.

1득점에 그치며 한숨과 함께 돌아서고 말았다.

 

허정한에게는 큰 무대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일까, 침착하게 2점을 쳐내며 짜릿한 추격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허정한의 입가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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