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강자 마르코 자네티를 누르며 유럽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입증한 박광열 선수의 8강전 상대는 허정한 선수였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많은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며 올라온 박광열 선수이기에 기대가 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앞선 경기에서 에디 멕스를 꺾은 허정한 선수의 기세는 8강에서도 계속됐다. 12이닝 째 20:8의 점수로 쉬는 시간을 이끈 허정한 선수의 득점력은 멈추지 않았고 박광열 선수는 벌어진 점수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며 아쉽게 패했다. (19이닝 20:40 허정한 승) 비록 박광열 선수는 8강전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지만 이번 후루가다 월드컵을 통해 본인의 이름을 전 세계의 당구인들이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한편 매 월드컵마다 16강의 고비를 넘지 못했던 허정한 선수는 준결승에 진출하며 월드컵 우승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동궁 선수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자국 관중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사메 시돔 선수는 베트남의 트란 퀴엣 선수와 접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득점과 방어를 반복하던 두 선수의 경기는 9이닝 째 사메 시돔이 20점을 만들어 조금 앞서가는 듯했다. 두 선수의 팽팽한 주도권 싸움은 계속됐다. 하지만 최근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트란 퀴엣 치엔 선수가 18이닝 26:26 상황에서 하이런 11점을 선보이며 승기가 기울어졌다. 승기를 잡은 트란 퀴엣 치엔 선수는 여세를 몰아 20이닝에 40:28로 경기를 종료 시켰다. 후구 기회가 주어진 사메 시돔이었지만 단 2점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이닝 40:30 트란 퀴엣 치엔 승) 트란 퀴엣 치엔 선수는 지난 2016 구리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준결승에 진출했고 베트남의 세계 탑 랭커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2016 구리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트란 퀴엣 치엔

이번 월드컵에 주인공이라 칭할 수 있는 마틴 혼 선수가 김행직 선수를 만났다. 마틴 혼 선수는 이미 Q 라운드에서 김행직 선수와 맞붙은 적이 있다. Q 라운드에서 김행직 선수에게 20이닝 33:40으로 패하여 가까스로 본선에 진출한 마틴 혼 선수였기에 두 번에 패배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마틴 혼 선수는 초반부터 다득점을 선보이며 강력함을 과시했다. 5이닝째 하이런 12점을 선보인 마틴 혼 선수는 22:2의 스코어를 만들며 쉬는 시간을 가져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다. 16강 전에서 블롬달 선수를 상대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였던 김행직 선수였지만 마틴 혼 선수의 질주로 인해 제 실력을 채 보이지 못했다. 경기의 주도권은 마틴 혼 선수에게 계속해서 이어져 갔고 18이닝 40:19로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마틴 혼 선수의 준결승 진출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이다. 준결승에 진출함으로써 월드컵 대회 역사상 최다 라운드 진출이라는 신기록이 달성됐다.

월드컵 무대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마틴 혼

8강 진출로 2016 월드컵 챔피언으로 확정된 딕 야스퍼스 선수가 월드챔피언 다니엘 산체스 선수와 맞붙었다. 내년 슈퍼컵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두 선수이기에 이번 8강전은 전초전과 같았다. 최고의 기량으로 한 해를 보낸 두 선수이기에 먼저 주도권을 잡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딕 야스퍼스 선수는 점수 차를 금세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드챔피언 다니엘 산체스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기 중반 하이런 11점을 선보이며 18:21로 쉬는 시간을 이끈 다니엘 산체스는 점수 차를 금세 좁혀 나갔다. 하지만 딕 야스퍼스는 이에 당황하지 않았고 초반 컨디션 그대로 경기를 주도해 15이닝 40:27로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만일 딕 야스퍼스 선수가 이번 후루가다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2016년 첫 월드컵이었던 터키의 부르사 월드컵 이후의 승리로 2016년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된다.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딕 야스퍼스